의사 엄마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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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진료를 마치고 돌아온 집에서

야간진료가 있는 날은 집에 돌아오는 길이 유난히 길게 느껴진다. 아이는 이미 잠들었지만, 집 안 곳곳에 남은 작은 흔적들이 늦은 밤의 마음을 천천히 풀어 준다.

파스텔 플레이스홀더 08

야간진료가 있는 날은 병원 문을 나와도 마음이 바로 퇴근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만난 환자분의 표정, 보호자의 질문, 설명 끝에 남은 침묵 같은 것들이 차 안에서도 한동안 따라온다. 오늘은 특히 감기 기운으로 축 처진 아이를 안고 왔던 보호자가 오래 남았다. 진료실 안에서는 차분히 설명했지만, 문이 닫힌 뒤에야 그 피곤한 얼굴이 마음에 다시 걸렸다. 아마 나도 비슷한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현관문을 열면 집은 이미 밤의 온도로 가라앉아 있다. 식탁 위에는 덮어둔 반찬 그릇이 있고, 거실 한쪽에는 아이가 벗어 둔 양말이 뒤집혀 있다. 방문을 살짝 열어 보면 작은 몸이 이불을 반쯤 차고 잠들어 있다. 자는 얼굴은 늘 낮보다 더 여리고 작아 보여서, 그 곁에 잠깐 서 있기만 해도 하루 종일 굳어 있던 마음이 천천히 풀어진다.

오늘도 저녁 약속을 지키지 못한 엄마였다는 미안함이 남는다. 하지만 누군가의 불안을 조금 덜어 준 시간이었기를 바라는 마음도 같이 있다. 엄마로서는 비어 있는 시간이 있고, 의사로서는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이 있다. 늘 두 자리를 다 잘 채울 수는 없지만, 집으로 돌아와 아이의 잠든 얼굴을 보면 다시 내일을 준비할 힘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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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라이블리 (최지영, Dr. Jiyoung Choi)

닥터 라이블리 (최지영, Dr. Jiyoung Choi)

  • University of Pennsylvania 학사 (Summa Cum Laude, 최우수 졸업)
  • 서울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최우등 졸업

피부과 전문의 | 미국 기능의학 인증의 (IFMCP) · 베스트셀러 '해독혁명' 저자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지식을 가장 쉬운 실천으로 가이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