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병원 앞 가로수 색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아직 완전히 푸르진 않지만 겨울의 단단한 기운이 서서히 풀리는 게 보인다. 이런 계절에는 병원도 덩달아 분주해진다. 몸이 날씨를 따라가는 데 시간이 걸리는지, 컨디션이 뚝 떨어졌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아진다.
봄은 늘 밝고 가벼운 계절처럼 이야기되지만 생활 속의 봄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새 학기, 새 일정, 달라진 생활 리듬 때문에 어른도 아이도 쉽게 지친다. 나도 아침에는 아이의 달라진 준비를 챙기고, 낮에는 병원에서 변화된 생활 속 불편함을 설명한다. 계절 하나가 이렇게 많은 사람의 하루를 동시에 흔든다는 게 새삼스럽다.
점심시간에 창문을 잠깐 열어 두니 서늘한 바람이 들어왔다. 그 짧은 공기만으로도 머리가 조금 환기되는 느낌이 들었다. 퇴근길에는 아이와 동네를 걸었는데, 아이는 떨어진 꽃잎을 주워 손바닥에 올려두고 한참 들여다봤다. 봄바람이 하루를 단번에 가볍게 해주지는 않지만, 덜 무겁게 느껴지는 순간은 분명 있다. 오늘은 그 작은 순간들을 조용히 모아 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