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외래가 있는 날은 하루가 반으로 나뉜 느낌이 든다. 일도 있고, 주말도 있다. 병원 문을 나설 때쯤이면 몸은 바로 집으로 가서 쉬고 싶어 하지만, 마음은 아이와 보내는 토요일을 놓치고 싶지 않아 조금 머뭇거리게 된다. 오늘도 그랬다. 아이가 내 손을 잡고 놀이터에 가자고 했을 때, 잠깐 망설였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짧은 피로보다 짧은 저녁이 더 아까웠다.
놀이터 벤치에 앉아 아이가 미끄럼틀을 몇 번이고 오르내리는 걸 보고 있으니 머릿속이 천천히 비워졌다. 진료실에서는 늘 누군가의 말과 표정을 놓치지 않으려 집중하는데, 놀이터에서는 그저 아이가 몇 번 웃는지만 보고 있어도 충분했다. 해가 조금 기울자 아이는 땀에 젖은 머리로 내 옆에 붙어 앉았다. 그 작은 체온이 주말이 이제 시작된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집에 돌아와 씻기고 밥을 먹이니 금세 저녁이 되었다. 길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시간이었지만 오늘 하루에서 가장 선명하게 남는 장면은 아마 그 놀이터일 것이다. 일하는 엄마로 살다 보면 늘 부족한 쪽만 먼저 보게 되는데, 가끔은 이렇게 짧은 시간도 깊게 남는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