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진료가 있는 날은 아침부터 마음이 조금 분주하다. 아이에게 오늘은 늦는다고 몇 번이고 말해 두어도, 저녁이 가까워지면 괜히 더 마음이 쓰인다. 병원에서는 평소보다 늦은 시간까지 환자분들을 만나고, 복도는 한산해지지만 진료실 안의 긴장감은 오히려 더 또렷해진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어서인지 작은 설명 하나도 더 신중해진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밤공기가 차가웠다. 현관문을 열자 거실에는 작은 스탠드만 켜져 있었고, 소파에 기대 있던 아이가 눈을 비비며 나를 봤다. 먼저 자라고 했는데 끝까지 기다렸던 모양이었다. “엄마 왔어?” 하고 묻는 그 한마디에 하루 종일 어깨에 올려져 있던 피로가 조금 내려앉았다.
나는 병원에서 누군가의 몸과 마음을 살피는 일을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오히려 내가 먼저 위로를 받는다. 아이는 내가 어떤 판단을 했는지, 얼마나 바빴는지 묻지 않는다. 그저 배고프지 않냐고, 힘들었냐고 물을 뿐이다. 오늘은 늦은 밤의 작은 불빛과 아이의 팔 한 쌍이 내 하루를 가장 다정하게 마무리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