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가는 봄비가 내렸다. 출근길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데 왠지 마음도 함께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비 오는 날 병원은 늘 조금 다른 분위기를 가진다. 젖은 우산들이 현관 한쪽에 모여 있고, 바닥에는 빗방울 자국이 남고, 사람들의 발걸음도 평소보다 조금 조심스러워진다.
진료 사이사이 복도를 오가며 창밖을 몇 번이나 바라봤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회색 하늘 아래 흔들리는 나무를 보고 있으면 머릿속이 조금 느슨해졌다. 계절은 늘 창밖에서만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오늘은 그 기운이 병원 안까지 들어온 듯했다.
점심시간에 아이가 우비를 입고 산책한 사진이 도착했다. 노란 우비를 입고 웃고 있는 얼굴을 보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났다. 병원과 집은 늘 분리된 공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렇게 자주 서로를 불러낸다. 오늘은 봄비 냄새와 젖은 우산, 아이 사진 한 장이 하루의 기억을 조용히 붙잡아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