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아침은 평소보다 집 안의 움직임이 조금 더 분주하다. 젖지 않게 겉옷을 입히고, 작은 장화를 신기고, 가방 안에 여벌 양말까지 넣다 보면 늘 마지막에 내 몫 하나를 놓치게 된다. 오늘도 그랬다. 아이 우산을 펴 주고 어린이집 갈 준비를 마친 뒤 현관을 나섰는데, 몇 걸음 못 가서야 내 손이 허전하다는 걸 알았다. 돌아가기엔 이미 늦은 시간이라 그냥 젖기로 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어깨 한쪽이 축축했지만, 진료실 문을 열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하루가 시작된다. 차트를 보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눈앞의 사람에게 집중하는 동안 아침은 잠시 뒤로 밀려난다. 그런데도 비 오는 날은 이상하게 집에서 나온 장면이 오래 따라온다. 아이가 우산 손잡이를 꼭 쥐고 나를 올려다보던 얼굴, “엄마 늦지 마” 하고 말하던 목소리 같은 것들.
저녁에 아이를 데리러 갔더니 내 젖은 소매를 보며 우산을 내 쪽으로 더 기울여 주었다. 나는 하루 종일 누군가의 상태를 살피며 보냈는데, 저녁이 되니 가장 작은 사람이 내 쪽을 먼저 살펴주고 있었다. 그런 순간을 지나고 나면, 비에 젖은 하루도 조금은 다정하게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