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당직이 끝난 다음 날 아침은 알람이 울려도 몸이 바로 따라오지 못한다. 눈은 떴지만 생각은 조금 늦고, 몸은 아직 병원 복도 어딘가에 남아 있는 듯하다. 밤사이 여러 번 시간을 확인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했던 긴장이 몸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다행히 일정이 느슨했다. 아이도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나고, 아침 식사도 간단히 차렸다. 식빵을 굽고 우유를 데우는 동안 아이는 졸린 얼굴로 그림책을 넘겼다. 병원에서는 정확한 시간과 순서가 중요하지만, 집에서는 이렇게 흐트러진 리듬이 오히려 사람을 살릴 때가 있다.
아이는 내가 피곤해 보였는지 “엄마 오늘은 천천히 해”라고 말했다. 그 한마디가 웃기면서도 고마웠다. 오전 내내 특별한 일은 없었다. 세탁기를 돌리고, 거실을 조금 치우고, 아이와 블록 놀이를 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런 평범한 시간이 당직의 긴장을 천천히 풀어 주었다. 급한 상황에 반응하던 몸이 다시 가족의 속도로 돌아오는 데는 이런 아침이 꼭 필요하다는 걸 오늘 다시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