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교적 일찍 퇴근할 수 있었다. 이런 날은 괜히 하루를 선물 받은 기분이 든다. 아이를 데리러 가는 길에 골목 모퉁이 작은 꽃집 앞을 지났는데, 유난히 노란 프리지어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 같으면 바쁘다는 이유로 그냥 지나쳤을 텐데, 오늘은 아이 손을 잡고 잠깐 들어가 보기로 했다.
꽃집 안은 바깥보다 조금 따뜻했고, 흙냄새와 꽃향기가 은은하게 섞여 있었다. 아이는 작은 화분들을 보며 연신 신기해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다가 괜히 웃음이 났다. 결국 크지 않은 꽃다발 하나를 골랐는데, 아이가 그걸 꼭 안고 “이건 우리 집 기분 좋아지는 꽃이야”라고 말했다. 그 말이 참 단순하고 정확했다.
집에 돌아와 식탁 위에 꽃을 올려두니 정말 분위기가 달라졌다. 병원도 집도 현실적으로는 해야 할 일들로 가득하지만, 그 사이에 작은 꽃 하나가 들어오면 숨 쉴 틈이 생긴다. 대단한 외출도 아니고 특별한 이벤트도 아니었지만, 오늘 저녁은 오래 남을 것 같다. 바쁜 하루 끝에 잠깐 멈춰 선 시간 하나가 이렇게 따뜻할 수 있다는 걸 아이와 함께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