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났다. 아이 소풍이 있는 날이라 작은 도시락을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냉장고를 열어 남은 반찬을 보고, 색이 예쁘게 보이도록 토마토를 넣고, 먹기 좋게 과일 크기를 맞추다 보니 어느새 싱크대 앞이 분주해졌다. 병원에서는 늘 효율적으로 움직이려 하지만, 도시락을 쌀 때만큼은 이상하게 속도가 느려진다.
혹시 너무 짜지 않을까, 식었을 때도 괜찮을까, 아이가 좋아할 모양일까 같은 생각이 하나씩 따라온다. 출근 준비까지 겹치면 마음이 급해질 법도 한데, 그럴수록 오히려 잠깐 멈추게 된다. 작은 도시락 하나를 이렇게 신경 쓰는 내가 병원에서는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도시락 뚜껑을 닫기 전, 오늘은 마음속으로 조용히 다짐을 하나 했다. 병원에서도 조금 더 정성스럽게 말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조금 더 천천히 아이 이야기를 듣자고. 아이 가방에 도시락을 넣어 주자 세상을 다 가진 얼굴로 웃었다. 거창한 성취보다 이런 작은 준비와 반응이 하루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걸, 오늘 아침 다시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