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이마가 뜨겁다고 느껴지는 순간, 나는 의사보다 엄마가 먼저 된다. 체온계를 찾는 손은 익숙하지만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다. 몇 도인지 확인하기도 전에 오늘 하루 아이가 보였던 작은 변화들이 뒤늦게 연결되기 시작한다. 평소보다 저녁을 덜 먹은 것, 목소리가 조금 처졌던 것, 잠드는 시간이 빨랐던 것. 그런 장면들이 한꺼번에 떠오르면 밤은 금세 길어진다.
병원에서는 숫자와 경과를 차분히 본다. 그런데 집에서는 그 차분함이 생각보다 쉽게 흐트러진다. 특히 밤에 열이 오르면 조용한 집 안이 더 크게 느껴진다. 옆에서 숨소리를 듣고, 손등으로 볼을 만져 보고, 물을 한 모금 더 먹여 본다. 이런 반복 속에서 나는 의료 지식을 꺼내 들기보다 결국 아이 곁에 가만히 앉아 있는 엄마가 된다.
아는 것이 많다고 덜 불안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자주 다독인다. 지금 보이는 것을 먼저 보자, 지금 필요한 만큼만 판단하자고. 다행히 오늘은 새벽이 오기 전에 열이 조금 내렸고, 아이는 다시 깊게 잠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안도의 숨을 쉬었다. 아이가 아픈 밤은 늘 조심스럽지만, 그런 밤을 지나고 나면 진료실에서 만나는 보호자들의 마음도 조금 더 선명하게 이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