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다가 아이가 문득 물었다. “엄마는 병원에서 뭐 해?” 자주 들을 법한 질문인데도 매번 답을 고르게 된다. 사람을 낫게 한다고 말하면 너무 단정적인 것 같고, 진료를 본다고 하면 아이에게는 너무 멀게 들릴 것 같았다. 잠깐 생각하다가 나는 이렇게 말했다. “아픈 사람이나 걱정이 있는 사람 이야기를 잘 듣는 일을 해.” 그러자 아이는 아주 진지한 얼굴로 “그럼 엄마는 귀가 바쁘겠다”라고 말했다.
그 말이 귀엽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정확하게 느껴졌다. 내 일은 결국 듣는 데서 많이 시작된다. 몸이 어디가 불편한지보다 그 불편함이 어떤 하루를 만들고 있는지, 무엇이 가장 걱정되는지, 무엇을 놓치고 싶지 않은지를 듣는다. 같은 증상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마음으로 말해지기 때문에, 진료는 정보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나는 늘 배우며 일한다.
잠들기 전 아이는 내 청진기를 목에 걸어 보겠다고 했다. 거울 앞에 선 작은 등을 보며 웃음이 났다. 아이는 아직 책임도, 판단도, 병원의 긴장도 잘 모르겠지만, 엄마가 어디선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돌아온다는 사실 정도는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은 그걸로 충분했다. 설명이 완벽하지 않아도, 내 일이 아이에게 다정한 모습으로 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