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다가 아이가 갑자기 물었다. “엄마는 왜 의사가 됐어?” 너무 예상치 못한 질문이라 숟가락을 잠깐 멈췄다. 평소에는 병원 이야기를 짧게 주고받는 정도였는데, 일의 시작을 묻는 건 처음이었다. 멋있게 말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오늘은 솔직한 쪽이 더 좋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아이에게 말했다. 아픈 사람 옆에 있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었고, 엄마는 사람 이야기를 듣는 일을 좋아한다고. 아이는 잠깐 생각하더니 “그래서 맨날 늦게 와?” 하고 되물었다. 그 말에 웃음이 나면서도 마음이 조금 찡했다. 직업이라는 건 이름 하나로 다 설명되지 않는다는 걸 새삼 느꼈다. 의사라는 말 안에는 책임과 피로, 보람과 미안함이 함께 들어 있다.
엄마라는 이름도 비슷하다. 사랑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기다림과 조절과 반성이 늘 따라온다. 나는 그 두 이름 사이를 매일 오가며 산다. 아이의 질문은 단순했지만 그 안에는 늘 큰 본질이 숨어 있다. 오늘은 그 질문 덕분에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고 왜 아직도 붙잡고 있는지, 나 자신에게도 다시 조용히 묻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