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도시락을 쌀 때면 이상하게 손의 속도가 달라진다. 병원에서는 늘 시간을 나누어 쓰고 우선순위를 정하며 움직이는데, 도시락 앞에서는 작은 반찬 하나에도 생각이 오래 머문다. 오늘도 특별한 메뉴는 없었다. 주먹밥 두 개, 달걀부침 조금, 방울토마토 다섯 알. 예쁜 틀도 쓰지 않았고, 꾸미는 데 공을 들이지도 못했다. 대신 아이가 가장 잘 먹는 것, 흘리지 않게 집어 먹을 수 있는 것들만 차분히 넣었다.
출근길에 문득 도시락 통이 떠올랐다. 너무 단순한가 싶다가도, 결국 아이가 좋아하는 걸 넣었다는 사실이 마음을 편하게 했다. 엄마가 된 뒤로 알게 된 건, 정성이라는 말이 꼭 화려한 손길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오래 보고 들은 사람만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배려, 나는 요즘 그쪽에 더 마음이 간다.
오후에 어린이집 사진이 올라왔는데, 아이는 토마토부터 집어 먹고 있었다. 입가에 빨간 자국을 묻힌 채 웃는 사진을 보니 웃음이 났다. 저녁에 도시락 어땠냐고 물으니 한참 생각하다가 “토마토가 동그랬어”라고 답했다. 그 말이 참 아이답고, 또 괜히 오래 남았다. 대단하지 않은 준비가 하루를 살리는 날이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