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사람들은 옷차림부터 먼저 가벼워진다. 하지만 몸은 계절을 마음만큼 빨리 따라오지 못할 때가 많다. 오늘 병원에도 목이 칼칼하다거나, 몸이 가라앉는 것 같다는 말로 찾아온 분들이 이어졌다. 증상은 비슷해 보여도 이야기를 조금만 더 들어 보면 그 안에 담긴 하루는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일을 쉬지 못해 더 지쳐 있었고, 누군가는 아이를 돌보느라 자기 몸을 계속 뒤로 미루고 있었다.
진료실에서는 같은 설명을 여러 번 하게 되는 날이 있다. 수분을 챙기고, 조금 쉬고, 몸의 속도를 너무 몰아붙이지 말자고. 그런데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나는 속으로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쉬라는 말이 누구에게나 같은 무게로 닿지는 않는다는 걸. 특히 집과 일을 동시에 붙들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더 그렇다. 그래서 오늘은 설명을 조금 더 부드럽게, 조금 더 천천히 하려고 했다.
집에 돌아오니 아이가 소파에 기대 잠깐 졸고 있었다. 붉어진 볼을 보고 습관처럼 이마를 짚었다. 내가 의사라고 해서 불안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오히려 작고 사소한 변화가 더 빨리 눈에 들어올 때도 있다. 하루 종일 다른 사람의 몸 상태를 살피다가 마지막엔 가장 작은 가족의 숨결을 확인하며 안도하는 저녁. 계절이 바뀌는 때에는 몸도 마음도 조금 천천히 건너가야 한다는 걸 다시 배운 하루였다.